Review

치팅컬처, 우리나라와 너무나 닮은 미국의 부패문제

bogosipn 2009. 4. 28. 08:30

지난해 말, 서돌출판사에서 제공해준 '거짓과 편법을 부추기는 문화'라는 부제가 붙은 '팅컬처'(Cheating culture)라는 책을 이번달에 들어서야 집중하며 읽을 여유가 생겼다.

지난해 서돌출판사에서 제공해주신 '치팅컬쳐'


책꽂이에 꽂힌 '치팅컬처'라는 책제목을 볼때마다 못다한 숙제가 있는것처럼 마음 한구석이 무거웠는데 늦게나마 홀가분한 기분까지 든다.^^ 두꺼운 책분량에 처음엔 자못 위축(?)되기도 했지만 '사회과학'을 다루는 딱딱한 분야의 책임에도 불구하고 술술 읽히는... 흥미로우며 놀랍도록 현실을 날카롭게 분석하고 있는 저자 '데이비드 캘러헌'의 통찰력이 돋보인다. 

처음 책을 집어들었을때는 미국의 부정적이며 편법적인 문화를 다룬, 그래서 우리나라의 현실과는 좀 동떨어진 책이겠거니 생각했다. 하지만 저자가 미국의 부정부패 문제를 파헤친 사례들이 마치 우리나라를 분석해 놓은것으로 착각이 들만큼 너무나 비슷한 사례들이 많아서 흥미를 끌기에 충분했다.

저자는 속임수와 관련한 세가지 눈에 띄는 변화를 지적한다.

첫째, 개인주의가 극심한 이기주의로 바뀌었다는 점

둘째, 돈이 사람보다 더 중요해졌다는 점

셋째, 경쟁은 훨씬 더 치열해진 반면 약자나 능력이 떨어지는 사람에 대한 배려가 줄었다는 점
이 그것이다!

양장판으로 겉표지 안쪽은 고급스럽게 되어있다.


-물론, 이러한 요소는 미국뿐 아니라 우리가 살고있는 2009년 대한민국의 현실에서도 그대로 통용되며 우리가 일상에서 느끼고 있는 것들이다.
 
또한, 저자는 속임수와 관련한 지대한 원인제공자를 지목하는데 그들은 바로 미국의 '신보수주의'와 '기독교 우파'다. 책내용을 빌리자면 그들은 "문란한 성생활, 약물사용, 페미니즘, 동성애 등과 전쟁을 벌였지만, 탐욕, 속임수, 물질주의, 시기심, 출세지상주의등 돈을 중시하는 문화의 도덕적 추락에 대해서는 입을 다물었다"고 지적하며 "구약과 신약 모두 부를 쌓는 데에만 혈안이 된채 덜 가진 자들에게 갈수록 인색해지는 악덕의 폐해를 깡그리 무시했다"고 적고 있다.

-지난 대선, 정치일선에 전면등장한 우리나라 보수기독교단체(예:한기총)와 대형교회의 등장은 미국 기독교우파의 논리와도 일맥 상통한다. 하나님의 물질적 축복(결국은 '돈')을 최고로 삼는 참으로 저렴한 이들의 교리적주장이 '물질주의'를 조장하고 확대 재생산하는 폐해를 고스란히 우리사회가 떠맡고 있다.

저자가 '거짓과 편법 문화'의 대표적 기업으로 지목, 적자생존의 법칙만이 통용된 '엔론'의 내용도 흥미로웠다.

-'성과주의'를 강요하여 직원들을 쥐어짜내는 분위기가 회사의 앞날에 얼마나 처참한 결과를 보여주는지 여실히 증명하고 있다. 

저자는 미국의 대표적 기독교우파 기업인들의 모순적이고 이중적인 '탐욕'과 '부정부패'를 실랄하게 지적하고 있으며 미국 우파들이 AEI, EPI, CSE, 헤리티지 재단 같은 단체를 통해 통계나 자료를 그들의 입맛에 맛게 것짓으로 꾸며 정치적,경제적 이득을 얻어내는 방법등을 지적하고 있다.

미국 부자들의 명문, '호레이스 맨 스쿨'과 서민들의 명문 '스타이브샌트'의 예(한국 학생 이야기도 나온다)에서는 소름끼치도록 암담한 우리나라의 교육현실을 보는것 같아 암담하기 그지 없다.

책을 읽어나가다 보면 미국의 암담한 현실이 고스란히 우리의 현실로 다가온다.

하지만, 저자는 마지막에 해법을 제시한다.
새로운 사회계약, 즉 부자를 숭배하는 문화에서 벗어나 중산층을 키우고, 교육의 기회를 늘리고, 모든 사람들이 부를 쌓을 수 있는 기회를 줘야 한다고 구체적인 방안을 제시하고 있다.. 방대한 자료와 통계, 그리고 실증적 예를 통해 무감각해져 있는 '치팅컬쳐'의 패러다임을 바꿔야 한다고 호소하고 있는 것이다.

공교롭게도 이책은 미국에서 촉발된 세계적 금융위기 직전에 출간되었다. 마치, '치팅컬처'로 야기된 다가올 재앙을 예견이라도 했다는 듯이......
숨막힐듯 꽉막힌 우리사회의 원인과 해법을 알고 싶다면 꼭 일독을 권하고 싶은 책이다.
서돌출판사에도 감사 드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