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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시민 '노랑넥타이'를 고르며...

by bogosipn 2009. 5. 27.

유시민 전의원



슬픔에 잠긴 유시민


넥타이를 고르며

                                유시민 09.05.27

옛 임금의 궁궐 안뜰에서 열린다
정권
(이명박)과 검권(검찰)과 언권(조중동)에 서거당한 대통령의 영결식
죄없는 죽음을 공모한 자들이
조문을 명분삼아
거짓 슬픔의 가면을 쓰고 앉아 지켜보는 그 영결식
그래도 나는 거기 가야만 한다
내 마음속의 대통령과
공식적으로 작별하기 위해서

검정 싱글 정장을 깨끗이 다려두고
넥타이를 고르면서 묻는다
검은 것이라야 할까
악어의 문물을 흘리는 자들과 같은 것을 매고서 나는
이 세상에서 단 하나였던 사람
스스로 만든 운명을 짊어지고 떠난 대통령에게
공식적으로 무슨 말을 할 수 있을까

넥타이를 고르며
눈을 감고 꿈을 꾼다
5월 29일 서울시청광장 노제에서
노란풍선 백만개가 하늘 높이 오르는 것을
상식과 원칙이 통하는 나라
사람사는 세상
7년전 우리가 나누었던 그 간절한 소망이
봄풀처럼 다시 솟구쳐 오르는 것을
시대가 준 운명을 받아안고
그 운명이 이끄는 대로 삶을 마감했던
그이의 넋이 훨훨 날아가는 것을
백만개의 노란 풍선에 실려
운명 따위는 없는 곳
그저 마음가는 대로 살아도 되는 세상으로

다시 눈을 뜨고
넥타이를 고른다
옷장 한켠에 오래 갇혀있었던
노랑넥타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