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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을 거닐다

이과, 공대출신이 자동차 시승기를 써야하지 않을까?

by bogosipn 2008. 10. 1.

자동차 시승기를 읽다보면 항상 드는 생각이 있다.

주인공은 최신 출시한 '자동차'인데 어째 자동차를 주인공으로한
 
영락없는 초단편 '문학'을 읽고 있다는 착각...이 그것이다.

자동차 시승기라 함은 자동차에 쓰인 공학적 기술의 소개 및 분석, 엔진 특성 분석과 서스펜션과의 조화및 주행성능 평가, 편리성과 세련됨을 평가해야하는 실내 인테리어 등등이 있겠다.

하지만, 천편일률적이게도 자동차회사에서 뽑아준 몇가지 신기술 영어약자와  엔진마력,토크 수치들을 나열하는것 이상의 공학적 분석은 찾아보기 힘들다.

아참, 소음에 민감하신 기자님들 덕분에 우리나라 자동차들이 엔진소음 차폐기술만은 벤츠, BMW 와 어깨를 나란히 한다는 사실은 분명 그공로를 치하할만할게다~ㅋ

자동차 소음에 관해 이야기가 나왔으니 잠시 짚어보도록 하자..

소리(Sound)라는 것은 크다고 모두 시끄러운 소음이 되는것은 아니다.
오케스트라의 가슴을 쿵쿵치는 악기들의 음색은 색다른 감흥과 예술적 감성을 일깨운다.
록음악의 베이스기타가 선사하는 저음은 음악을 대지처럼 풍성하게 다른 악기를 감싸안아주는 아름다운 울림이 된다!

자동차의 엔진음...을 단지 소음쯤으로 취급해버리는 문과적 시승기의 참을 수 없는 가벼움에 또한번 썩소를 짓게된다.
자동차의 우렁찬 배기음도 음악처럼 '멋진- Noise가 아니라 - Sound'가 될 수 있는것이다.  
자동차를 사랑하고 드라이빙을 즐기는 사람이 자동차의 심장인 엔진음을 없앨수록 좋은 소음쯤으로 취급하는것이 얼마나 우스꽝스러운 자가당착적 모순인가?...

자동차 시승기는 자동차회사를 대리해 신차를 광고해주는 수준에 머무를게 아니라 공학적 수준의 분석과 냉철하고 세밀한 평가를 통해 더 나은 자동차가 생산될 수 있도록 '가슴은 따뜻하지만 머리는 차가운...그런 진실한 조언자'의 입장에서 씌여져야 한다.


그런의미에서 자동차 문화의 선진국인 영국 BBC의 '탑기어'라는 자동차 방송은 우리에게 시사하는바가 크다. 

'탑기어'가 사랑받는 이유는 의외로 너무 간단한 것이다.

자동차에 대한 신랄한 '비판과 분석'이 그것이다.



수년전 '탑기어'에서 현대자동차를 비롯 한 국산자동차들을 스튜디오에 셋팅해두고  '디자인이 너무 안좋아 앉아 있지 못하겠다' , '다 쓰레기 통에 넣어 버려야 된다'는 발언이 나왔다고 하자 한국차를 비하한다는 뉴스가 방송과 인터넷을 달군적이 있었다.

하지만 '탑기어'에서는 벤츠,지엠,포드,볼보,도요타등을 비롯한 자동차뿐아니라 유명 메이커들의 수억을 호가하는 슈퍼카들에도 여지없이 비판적 발언들을 신랄하게 퍼붇는다는걸 아는 사람이라면 '한국차 비하'라는게 얼마나 우스운 피해의식의 발로인지 알것이다.

아니, 단편문학을 보는듯한 착각이 들게하는 요상한 자동차 시승기에 익숙해진 사람이라면 누구라도 그렇게 느끼는게 당연할것 같다. 

자동차를 자동차로 바라보는 당연한 시각에서 우리나라 자동차관련 기사를 다루는 기자분들이 자동차문화의 성숙을 위해 시승기다운 시승기를 써주기를 희망한다.

'자동차 단편문학' 말고...